선거철 맞이 이런 저런 이야기 - 파묘

일제강점기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 파묘

출처: MBC

 

 선거철이 다가오면 유행하는 단어 하나가 ‘파묘’인 것 같다. ‘묘를 판다’는 말처럼, 묻어 둘만한 오래된 일을 다시 꺼내 이야기한다. 꼭 선거 후보 뿐 아니라 유명인의 발언에 대한 반박의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흔한 파묘 중 하나는 조상 중 일제나 독재에 부역한 자가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친일파 청산을 잘했다면 이런 파묘를 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국은 해방 후 반민특위가 권력에 의해 해체되고 제대로 된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과 달리 친일파들이 일제강점기 쌓은 부와 받은 고등 교육으로 독립운동가보다 잘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의로운 사람일수록 이런 불편한 현상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고 파묘가 일어나는 것 같다. 최근 파묘는 한국에서 발언의 영향력이 큰 인물 때문에 일어났다. 일제강점기 아버지가 소학교 교사였고 백부가 면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학생 운동 민주화 운동 등 정의를 위해 살아온 인물로 여겨져서 그런지 이게 파장이 컸던 것 같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소학교 교사까지는 아니고 만주에 있는 어느 소학교에서 일했고, 백부가 면장을 지낸 것은 맞는다고 했다. 

 

 이런 파묘 상황을 보며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식민지 정부의 관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다.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이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지금 초등학교 교사는 누구나 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이지만 일제강점기는 달랐다. 또 면장이 동네에서 영향력이 있지만 지금과 당시가 같은 영향력이 있는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이라는 책을 보면, 일제강점기 식민지 치하 조선인이 관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험을 통과하는 것보다 사상검증이나 신분 확인이 더 컸다. 독재 시절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것 같은 개인 주변 사람들의 확인에 대한 신분 증명이 중요했다. 주변에 독립운동과 관련 활동한 사람이 있으면 여행 허가증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관리가 된다 해도 평범한 조선인이 최대 승진할 수 있는 것은 군수였다고 한다.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이고, 대부분 총독부 말단 관리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와 달리 제국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 문관 시험을 통과하면 조선인이라도 군수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이 많은 조선인 관리가 젊은 시험 통과자에게 아부하는 때도 많았다고 한다. 평생 일본에 충성해서 공적을 세웠을 때 최고 승진 자리가 군수였다.

 여기서 공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독립운동가나 그 주변을 고문해서 얻은 정보로 독립운동가 단체를 와해시키는 경우 정도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출을 잘해서 성과가 좋은 경우일 것이다. 필요한 물자든 사람이든 일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가져다 바쳐야 승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독립운동가는 자식에게 본인은 이완용 같은 매국노보다 동네 이장이 더 싫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완용이야 멀리 있는 친일파지만, 이장이나 동네 관리들은 먹어야 할 식량 뺏어가고 사람 속여서 징용 보내는 일을 직접 눈앞에서 했기 때문이다.

 또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소학교 교사들은 칼을 차고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했다. 3.1 만세 운동 이후 문화지배로 돌아서며 칼을 차고 들어가지는 않아도,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국어라 불리는 일본어를 배워야 했고, 어길 시 엄청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체벌 문화가 해방 후 독재 시절에 남아 있었고, 민주화 정부가 들어오며 사라지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

 

 친일파 부모와 본인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의 덕을 입으며 큰다. 부모가 가진 재산이 누군가의 고통과 바꾼 것이라면, 어느 정도는 나누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립운동으로 가족을 챙기지 못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나라에서 주는 독립운동 유공자 보상금도 후손 한 명 밖에 받지 못해서, 후손이 여럿인 경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심각한 가난 속에 산다. 독립운동가 자신도 가난에 허덕이다 기아나 병고로 돌아가신 분도 많다. 

 그렇기에 선조가 같은 민족을 팔아 재산을 늘렸고, 그것을 물려받아 여유롭게 사는 후손이라면 상식적으로 최소한 사과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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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4.06 10:30 수정 2026.04.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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